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스타성' 대신 '안정'을 택했다. 23일 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대표로 사무처 당직자를 내세우면서다. 2020년 총선 당시 4선의 한선교 전 의원이 위성정당 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위성정당에 대한 확실한 장악력을 토대로 국민의힘과 혼선 없는 '원팀'으로 4월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대표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김예지 비대위원이 거론됐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친윤석열계'에서는 인 전 위원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 활동 당시 보여준 '이슈 선점 능력'과 대중적 인지도, 호남 출신으로 '중도 확장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한 위원장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생각이 달랐다. 지난 20일 '인요한 국민의미래 대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검토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대표로 투입된 한선교 전 의원이 당시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공천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혼선을 빚었다.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 위원장에게 개성이 뚜렷하고 '정치적 개인기'를 입증한 인 전 위원장은 적절한 카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스스로 관심이 분산될 인 위원장을 위성정당 대표로 낙점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은 두 달 가깝게 비대위에서 호흡을 맞춘 김예지 비대위원 카드를 유력하게 고려했다. 실제 비례대표인 김 비대위원이 '국민의미래'에 입당하기 위해서는 제명을 통한 출당 조치가 필수적이라, 지난 20일 오후 김 비대위원 제명 안건 처리를 위한 당 중앙윤리위까지 소집됐다. 하지만 개최를 몇 시간 앞두고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한 윤리위원은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따로 공지받지 않았다"고 했다.
당내에선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김 비대위원의 거부 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도 하나의 '헌법기관'인데, 당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 역할을 흔쾌히 받아들일 의원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예지·김경율 공동대표' 가능성을 우려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거부감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비대위원을 고려했던 한 위원장이 하루 만에 '최선임급 당직자'를 위성정당 대표로 내정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정당 창당이 민주당이 결정한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맞불 성격인 만큼, 아예 당직자를 대표에 앉혀 '모(母) 정당에 종속된 꼭두각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