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이 세계 1위 국가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위상은 7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리튬이온전지 수출액도 세계 3위지만 공급망 위상은 21위였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각종 제도를 통해 공급망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런 내용의 '한국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SGI는 한국이 배터리 수출 실적에 비해 공급망에서 위상이 낮다고 평가했다. SGI가 공급망 내 중계 역할을 하는 지표(매개중심성)를 계산해 국가별 공급망 위상을 비교해 보니 한국은 삼원계 양극재 수출 1위지만, 매개중심성은 7위에 불과했다. 매개중심성 1위는 중국, 2위는 네덜란드, 3위는 미국이었다. 가장 많이 쓰는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는 미국의 위상(매개중심성)이 가장 높았다.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이 뒤를 이었고 한국은 21위에 그쳤다. 보고서는 "한국은 수출 대상이 일부 국가에 쏠려 있어 다양한 지역과 거래하는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보다 공급망 내 위상이 낮다"고 분석했다.
SGI는 한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위상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에서 핵심 광물 5대 품목(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리튬) 공급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①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 ②국내 마더팩토리 구축 ③해외광물 개발 민관협력체 설립 ④기업기술 개발 촉진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핵심 광물을 가진 국가들이 자국 내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기를 요구하는 만큼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연구개발(R&D), 제품 설계 등 핵심 기능을 국내 마더팩토리에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경훈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광산개발은 해외 네트워크, 대규모 자본 등이 필요해 개별 기업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관 협력체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