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만 졸졸 쫓는 관광은 그만...요즘 패키지 열쇳말은 '원포인트 여행'

입력
2024.02.22 09:00
14면
하나투어, '친목'에 특화...이용객 대부분 2030
인터파크트리플, 테마여행 브랜드 '홀릭' 재단장


단체 관광은 깃발만 따라다니다가 끝난다는 우스개는 옛말이다. 여행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원 포인트 여행'을 열쇳말로 색다른 단체 관광 상품을 앞다퉈 내보이고 있다. 원 포인트 여행이란 한 가지 주제·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말한다.



필리핀서 다이빙 뛰고, 대만서 위스키 마신다


하나투어는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밍글링 투어'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밍글링(mingling)은 '어우러진다'는 뜻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떠나는 이 회사의 신개념 여행 프로그램이다. '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 성격 여행자에겐 안성맞춤인데 여행 내내 취미 활동을 함께 즐기고 사전 만남과 뒤풀이까지 패키지에 들어 있다.

21일 회사 관계자는 "취향 공동체라는 커뮤니티 성격을 여행과 접목하고 호스트와 참가자 간 소통을 강화한 밍글링 프로그램을 업계에서 처음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호응도 따라오고 있다. 첫 번째로 선보인 건 필리핀 보홀에서 3박 5일 동안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상품이었는데 출시 당일 완판됐다. 13일 선보인 대만 위스키 투어 역시 조기 마감됐다.

기존 테마 여행 상품과 달리 '호스트'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행 콘셉트에 딱 맞는 크리에이터나 전문가로 구성한 호스트가 직접 투어를 진행한다. 식사·숙박 장소 선정 등을 조율하는 가이드와는 역할이 다르다. 대만 위스키 투어엔 유튜브 채널 '빛나는 요술TV'를 운영하는 위스키 강사 김빛나씨가 호스트로 함께한다. 세 번째 상품인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 때는 로드트립 전문가가 동행한다.

보통 단체 관광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지만 취향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밍글링 투어 특성상 이용객 대부분이 2030세대라고 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패키지여행 이용객은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외여행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2030세대가 패키지여행에 많이 유입됐다"면서 "그 고객층을 앞으로 더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초통령' 티니핑, 치어리더 안지현 등 '셀럽' 모시기도


인터파크트리플은 '다양성'을 무기로 각양각색 취향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테마여행 코너를 신규 브랜드 '홀릭'으로 1월 재단장한 뒤 한 달 동안 8개 부문 50여 개에 달하는 단체 관광 상품을 내놓았다. '당신이 열광하는 것을 위한 여행'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유명인·전문가 등과 협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영·유아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한 사이판 여행 상품이 대표적이다. 티니핑 테마로 진행되는 놀이식 영어교육 캠프엔 아이만 참여하고, 부모는 자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엔 대만 프로야구 리그에 진출한 치어리더 안지현과 3박 4일로 대만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광 상품을 기획했다. 인터파크트리플 관계자는 "워낙 인기가 많았어서 올해에도 2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암벽 여제' 김자인과 태국 남부의 클라이밍 명소를 정복하는 여행 상품도 호평을 받았다. 한정협 인터파크트리플 스페셜 인터레스트 트래블 팀장은 "홀릭은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만큼 카테고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상품과 콘셉트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현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