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전화 받지 말라"...전공의, 환자 두고 처벌 피하는 법 공유

입력
2024.02.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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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무개시명령' 대처법 SNS 확산
경찰, '병원 나오는 전공의' 지침 수사
서울대 전공의들은 법적 대응 준비 중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비한 법적 대응 준비에 나섰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무개시명령 어떻게 대처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정부가 진료를 중단한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을 때 대처 방법이 안내돼 있다. 복지부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국 10개 병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 75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게시물에는 업무개시명령 송달 방법에 따른 대처법이 나와 있다. 교부송달(우편송달)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수령 서명이 완료된 즉시 효력이 있으나 서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문 열어주지 말고,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

정부가 가장 먼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자, 전화, 이메일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달되는 경우에 대비해 전화를 피하라고 권했다. 인터넷 공고를 통해 전달하는 공시송달 대처법으로는 "전공의 법률 지원단에 연락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라"고 돼 있다. 이 밖에 경찰의 임의동행, 재계약 상황, 사직서 사유에 대한 대처 방법도 나와 있다.

전날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에 확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글에는 '인계장(인수인계) 바탕화면, 의국 공용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셋트오더(특정 치료에 대한 기본 처방 지침)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까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등의 지침이 포함됐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를 추적해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은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 221개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를 어길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1년 이내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소속 전공의들이 제휴 변호인단의 법률 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공의들이 부당한 고발을 당할 때를 대비해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며 "선임 비용은 선배·동료 의사들의 후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17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직 예정인 전공의들이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면허 박탈을 예고하며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대해 지속해서 겁박에 나설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