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0 총선을 50일 앞두고 여야의 지지율 흐름은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있다. 4년 전 코로나19로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일찌감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더구나 거대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신당의 등장으로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되면서 이번 선거는 남은 기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혼전이 예상된다.
이에 본보는 19일 253개 지역구의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결과를 분석해 이번 총선 향배를 가를 표심 변화를 확인했다. 이 중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 지지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선 지역구가 5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대인 곳도 2곳이었다. 52곳 중 통상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막판까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1, 2위 후보 간 득표율 5%포인트 이내 접전지도 10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 번의 선거에서 여야의 승부가 엇갈린 지역은 5곳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253개 지역구 중 163곳을 휩쓸어 승리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에 내준 50개 지역을 탈환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가져온 지역은 2곳에 그쳤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내준 지역구를 지역별로 분석하면, 수도권 28개(서울 18개, 인천 3개, 경기 7개), 충청 13개(대전 6개, 충북 4, 충남 3개), 부산·울산·경남(PK) 6개(부산 3개, 경남 3개), 강원 3개다.
주로 수도권과 충청에 몰려 있었다. 특히 지난 총선 41대 8로 민주당이 압승했던 서울은 대선에서 26대 23으로 국민의힘이 판을 뒤집었다. 대전도 4년 전 총선 당시 7개 지역구 전부를 민주당이 석권했지만, 2년 만에 6대 1로 국민의힘이 앞섰다. 지난해 말 민주당을 탈당해 최근 국민의힘에서 단수공천을 받은 이상민 의원 지역구인 유성을만 유일하게 이재명 대표가 이겼다. 익명의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2022년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를 사실상 동일한 민심의 흐름으로 본다면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결과가 다른 지역이 여야의 지지율이 팽팽한 현 상황에서도 스윙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개표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구에서는 1, 2위 후보가 득표율 5%포인트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다. 이를 분석해 보면, 253개 지역구 중 지난 총선에선 37곳이었으나, 2년 후 대선에서 70곳으로 두 배 가깝게 늘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득표율 격차(0.73%포인트)만큼 접전지역도 늘어난 셈이다.
득표율 5%포인트 이내 접전지를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지난 총선 때는 수도권 18개(서울 7개, 인천 2개, 경기 9개), PK 8개(부산 5개, 울산 1개, 경남 2개), 충청 11개(대전 3개, 충북 3개, 충남 5개)였다. 하지만 2년 후 대선에는 수도권 53개(서울 24개, 인천 7개, 경기 22개), PK 3개(울산 2개, 경남 1), 충청 12개(대전 충북 충남 각각 4개), 강원과 제주 각각 1개였다. 2년 사이 수도권의 접전 지역이 3배가량 늘었고, PK가 줄었다.
두 번의 선거 모두 득표율 5%포인트 이내 격차를 보인 접전지로 범위를 좁히면 전국에서 10개다. 이번 선거에서도 풍향계 역할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4년 전 총선에서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 3.2%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2년 만에 윤 대통령이 2.0%포인트 차로 이긴 대전 대덕구가 대표적이다. 대전 동구와 충북 청주상당, 증평·진천·음성도 총선 때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대선 때 윤 대통령이 우세했다. 반면 경기 평택을은 총선 당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1.6%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대선에서는 이 대표가 2.7%포인트 차로 우세했다. 울산 동구와 경기 평택갑, 경기 남양주병, 경기 안성, 충남 아산갑도 두 번 연속 1, 2위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5%포인트 이내였지만 울산 동구와 충남 아산갑은 국민의힘이, 나머지 3곳은 민주당이 두 번 연속 승리했다.
5%포인트 이내 접전지역 판세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3자 구도 때문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상의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는 6%포인트 수준(±3.1%포인트)"이라며 "실제 득표율 5%포인트 이내 접전이 벌어지는 곳은 3자 구도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2016년 20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 당시 3당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171곳에서 후보를 냈다. 확실한 3자 구도를 형성했다. 이 중 95개 지역구에서 1, 2위 표 차이보다 많은 표를 3위를 한 국민의당 후보가 받았다. 당시 3위를 한 국민의당 후보들 평균 득표율은 17.1%로, 해당 지역구의 1, 2위 후보 격차(6.5%포인트)보다 10%포인트 이상 큰 격차였다. 3위에 그쳤지만, 국민의당 후보들이 판세를 흔든 지역이 적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163 대 84로 국민의힘에 압승을 했지만, 이를 대선 결과로 환산하면 국민의힘이 136대 117로 역전했다. 이는 양당 구도에서 나온 결과로,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표심이 변한 52곳을 중심으로 개혁신당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남은 기간 승패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마지막까지 승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움직이지 않던 민주당과 야권이 어느 정도 수성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 평론가는 "양당 기득권에 대한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제3지대가 과거 국민의당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주도권 싸움에 매몰되는 등 양당과 비슷한 모습만 보인다면 유권자들도 기존 세력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