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친명계 조정식 정성호 박찬대 의원 등과 심야 회동을 갖고 현역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논의했다.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과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기동민 의원,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 대표와 측근 의원들의 컷오프 논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형해화하는 행위다. 더구나 이 대표가 일부 전현직 중진 의원들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유하면서 공천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측근들과의 공천 논의로 '이재명 사당화' 논란만 부채질한 셈이 됐다.
지금은 당대표가 국회의원 공천을 좌우하는 '제왕적 총재' 시절이 아니다. 각 당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공천을 위해 공천관리위원장을 모시면서 혁신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당장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된 의원들과 이 대표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정치 탄압'이라 규정하고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당시 기 의원과 이 의원도 예외를 적용받았는데, 이 대표만 컷오프에서 쏙 빠진 것이다.
당대표가 가까운 의원에게 공천 관련 조언을 구하거나 용퇴 대상자와 물밑대화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식 절차를 건너뛴 채 불출마를 권고하거나 그 자리를 측근으로 채우려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 대표의 불출마 권고를 받은 문학진 전 의원은 "이재명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인재근 의원은 지역구에 친명계 후보의 전략공천이 검토되는 것에 대해 "제가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심야 회동 후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것이 비명계 현역의원을 친명계 후보로, 전대협 출신 전현직 의원을 한총련 출신 후보로 바꾸는 쇄신이라면 곤란하다. 공식 논의를 거치면서 본인을 포함한 친명계의 희생이 선행되어야 사당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