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장관 후보자 '거수기 사외이사' 전력 논란… "안건 찬성률 100%"

입력
2024.02.15 04:30
"실무상 많은 의견 제출"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금융회사 사외이사 재직 당시, 억대 급여를 수령하면서 표결한 모든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 박 후보자도 가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22년 7월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사외이사)에, 같은 해 8월 우리자산운용 사외이사에 각각 선임됐다. 선임 시기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직후다. 박 후보자는 지난 1월 말까지 해당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직을 유지했다.

문제는 박 후보자가 이사회에서 100% 찬성표만 던졌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이사회 안건표결 결과 현황을 보면, 박 후보자는 2022년 7월 27일 첫 이사회 참석을 시작으로 13번의 회의에서 올라온 32건의 안건에 대해 모두 '가결' 의견을 냈다. 박 후보자는 우리자산운용에서도 15번의 회의에서 상정된 34건 안건 모두에 ‘찬성’ 의견을 던졌다.

박 후보자는 100% 찬성표를 던졌지만 두 금융회사로부터 총 1억8,000여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박 후보자는 올해 1월까지 농협중앙회로부터 1억320만 원을, 우리자산운용에서는 8,600만 원을 지급받았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회당 675만 원을 받은 셈이다. 이사회 회의 중 최소 소요시간은 5분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박 의원은 “박 후보자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외면하고 '거수기 역할'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분이 상법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장관이 되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보내온 입장문을 통해 "미리 실무적 검토를 거친 후 이사회에 상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반대 표결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 사외이사로서 실무상 많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이어 "농협중앙회에서는 ‘3행 3무’ 캠페인(청렴·소통·배려 확산, 사고·갑질·성희롱 근절) 등 농협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우리자산운용에서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 금융상품의 리스크 존재 여부를 점검하고 상품별 리스크 점검 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보고양식을 개선하는 등의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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