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클린스만 OUT' 외쳤다!.. "시스템 무너진 축구협회, 한국 축구 발전에는 모르쇠 일관"

입력
2024.0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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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전력강화위, 내주 클린스만 평가 실시 예정"
정몽규 회장, 클린스만 선임 깊게 관여...자체 시스템 무용지물
"외국 감독 경질 후 '땜질'식 국내 감독 소방수 대체도 문제"

위르겐 클린스만(59)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민적 공분을 사며 경질 위기에 놓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준결승 탈락한 것도 모자라 대표팀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언행을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끊임없이 제기됐던 전술 부재, 선수 선발 등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클린스만 감독뿐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축구협회는 내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컵 리뷰 및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도 내릴 예정이다.

12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이날 아시안컵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 금주 내 위원회 소속위원들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 리뷰 회의 및 클린스만 감독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향후 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여부도 논의해 이르면 이달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3월 중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일정을 앞두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돌연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이틀 만이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2로 완패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했고, 인천공항에선 "다음 주 중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고,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멋대로 행보를 보인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 근무' 논란을 부활시키며 감독 자질은 물론 신뢰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는 2026년 7월까지 계약돼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비난을 받았다.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급 전력의 대표팀을 데리고 그야말로 '꾸역승(꾸역꾸역 힘들게 승리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16강과 8강에서 연장 120분 혈투를 벌였고, 준결승에선 '유효슈팅 0'으로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하고 탈락해 충격을 줬다.

축구 팬들은 이에 폭발했다. 오죽하면 인천공항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엿사탕'을 던졌고, '클린스만 OUT(아웃)'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등 선수들처럼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대신 웃으며 "4강 탈락은 실패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이었다" 등 자화자찬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팀의 수장으로서 책임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축구 국가대표 감독 클린스만의 경질과 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국민 여론은 '클린스만 경질'로 좁혀지고 있다. 정치권까지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감독 경질보다 축구협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구협회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임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차기 감독을 물색,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감독 선임 시스템은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깊게 관여하면서 무너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에도 접촉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은 결과가 클린스만호의 침몰로 이어졌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적 경질 여론이 들끓면서 정 회장과 축구협회가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이유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의 사후 관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축구계 원로는 신태용,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언급하며 "외국 감독 데려와 성적 부진 등 이유로 경질한 후 '땜질'식으로 국내 감독을 소방수로 대체해 왔던 게 축구협회"라며 "그 결과 굵직한 대회 성적에만 급급했지 한국 축구 발전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