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에서 낚싯줄에 온몸이 관통된 채 발견된 새끼 푸른바다거북이 장 파열로 폐사했다. 낚싯줄 등 폐어구로 인한 해양생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운진항 근처에서 구조된 새끼 푸른바다거북 '대한이'의 사연을 전했다. 홍 수의사는 "다이버 강사가 바다 잠수를 하다가 수심 16m에서 폐그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어린 바다거북이 발버둥 치는 걸 봤다고 한다"며 "그물을 끊고 바깥으로 꺼내놨더니 호흡을 가쁘게 쉬는데 꼬리에서 긴 줄이 나왔다"고 밝혔다.
홍 수의사 확인 결과 거북이 삼킨 낚싯줄이었다. 줄은 거북의 몸을 관통했다. 홍 수의사는 "추정하기로는 낚싯줄에 걸려 있는 물고기를 먹으려다가 낚싯줄을 삼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구조된 푸른바다거북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전 세계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된 지 사흘여 만에 거북은 폐사했다. 홍 수의사는 "부검해보니 낚싯바늘이 있던 채로 삼켰는데, 바늘이 식도 아래쪽에 걸려 있었다"며 "그 상태로 먹이 활동을 하다 보니 장이 낚싯줄이랑 얽히고 이 안에서 꼬여 괴사되고 장이 파열돼 폐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폐사체에서 (낚싯줄이) 많이 발견된다"며 "제가 구조 활동을 10년 정도 했는데 낚싯줄이 몸이 들어 있는데 생존해 있던 케이스는 대한이가 처음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낚싯줄, 폐그물 같은 폐어구로 인한 해양생물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 버려진 그물에 걸리는 등 구조가 필요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는다. 홍 수의사는 "10년 전에 비해 폐어구에 의한 손상으로 입원하는 거북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폐사체들은 더 많은데 다 수거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의 해양동물이 폐어구에 의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쿠아플라넷은 이처럼 구조된 바다거북들을 보호해 치료하고 있다. 홍 수의사는 "'한담이'라고 불리는 아이는 그물에 팔 한쪽이 잘려서 뼈가 드러난 상태로 왔다"며 "감염 부위를 제거하고 수술을 했지만 팔 한쪽이 없다 보니까 바다로 다시 내보내기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거북 '럭키'는 목과 팔이 그물에 감겨 있고 등갑이 깨진 채 구조됐다.
홍 수의사는 "(폐어구를) 수거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고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여전히 새로운 쓰레기들이 생겨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낚싯줄이 시간이 지나서 녹을 수 있다면 (해양동물의) 생존력을 훨씬 높일 수 있지 않겠냐"며 "이런 것들이 개발된다면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법적으로 이것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