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중박'에도 실속 못 챙긴 백화점… 관건은 '쪽박 이익' 뒤집기

입력
2024.02.09 13:00
소비 줄었지만 백화점 매출 증가
전기 등 관리비 늘어 이익 감소
점포 리뉴얼·큰손 고객 혜택 강화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겉모습은 성장을 이뤘으나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치면서 실속을 챙기진 못했다. 이들 백화점은 쪼그라든 이익을 되살리기 위해 점포를 새로 단장(리뉴얼)하고 구매력이 높은 '큰손 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9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백화점 영업 실적의 공통점은 매출 증가, 이익 감소다. 롯데백화점 매출은 3조3,0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매출 역시 전년보다 2.8%, 4.9% 늘어난 2조5,570억 원, 2조4,026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롯데백화점(4,778억 원), 신세계백화점(4,399억 원), 현대백화점(3,562억 원)이 각각 3.2%, 12.4%, 6.0% 줄었다.

매출액만 보면 세 백화점 모두 역대 가장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 차였던 2022년 보복 소비로 백화점 실적이 워낙 눈에 띄게 좋아진 만큼 지난해 매출은 저조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다. 지난해 고물가·고금리로 소비가 가라앉았던 점과 비교해도 선방한 실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1.4% 줄었다. 20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 가라앉았지만, 매출 선방



매출 증가 요인은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백화점은 지난해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체류 시간 증대'에 집중했다. 특히 'MZ(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놀이터'를 내세우며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고객을 끌어안았다.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더현대 서울, 런던 베이글 뮤지엄 같은 신상 맛집을 적극 끌어들인 롯데 잠실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접근하면 활짝 웃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관리비, 판촉비 등이 백화점 영업이익을 떨어뜨렸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이 치솟으면서 백화점 관리·운영비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익 반전 카드 '리뉴얼'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여행을 많이 간 상황에서 이룬 매출 증가는 실적이 양호했다는 의미"라며 "다만 영업이익 증가는 매출이 10% 넘게 늘어야 가능했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이 이익 회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카드는 리뉴얼이다. 신세계는 전국 1위 매출 점포인 강남점의 식품관을 15년 만에 새로 단장한다. 고객을 사로잡는 새로운 식품 브랜드 유치에 공들이고 있다. 롯데도 10년 만의 수원점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4월에 선보인다. 현대 역시 중동점이 여러 명품 브랜드와 입점 협상을 하는 등 한창 새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아울러 씀씀이가 큰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가 올해 초 도입한 '스페셜 클럽'이 한 예다. VIP 고객 선정 기준에는 못 미치나 백화점을 많이 이용하는 고객에게 할인, 무료 주차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연관기사
• 이웃 잘 둔 덕에 웃은 IFC몰…더현대서울 수혜 입고 'MZ쇼핑몰'로 거듭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916470004901)
• 아들 신유열과 함께 간 베트남 하노이 롯데 쇼핑몰 칭찬한 신동빈 회장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1818310001456)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