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생성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의 이름을 '제미나이'(Gemini)로 바꾼다. 또 지금까지 개발된 거대언어모델(LLM)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미나이 울트라'와 이를 탑재한 상위 버전 챗봇도 출시한다.
구글이 제미나이 울트라 출시에 맞춰 지난 1년간 써온 바드라는 이름을 아예 폐기하기로 한 데는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테크업계에선 "최고 자리를 둘러싼 구글과 오픈AI의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제미나이 시대의 다음 장'이란 글을 올려 "이제 바드는 제미나이로 불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구글은 지메일(이메일 서비스)·구글 닥스(문서 작성 도구)·구글 시트(스프레드시트 편집기) 같은 업무용 도구에 지난해 8월 적용한 생성 AI의 이름도 '구글스페이스를 위한 제미나이'로 정했다. 구글의 사실상 모든 생성 AI 제품·서비스의 이름이 제미나이란 단일 브랜드로 통일된 것이다.
구글은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공개했던 제미나이 LLM의 최상위 버전 제미나이 울트라를 정식 출시했다. 제미나이 LLM은 크기와 성능 등에 따라 3개 버전으로 개발됐는데, 구글은 셋 중 가장 강력하고도 무거운 울트라만 올해 초로 출시를 미뤘었다. 피차이 CEO는 "울트라가 포함된 버전의 챗봇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라고 불리게 될 것"이라며 "유료 구독제에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이용 권한 등이 포함된 유료 구독제의 요금은 월 19.99달러다. 한국에서도 이날부터 가입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영어로만 서비스된다.
이날 발표에서 구글은 단 한 번도 챗GPT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분히 오픈AI를 의식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울트라는 물리학·법률·의학·윤리 등 57개 과목의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인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 이해(MMLU)'에서 인간 전문가를 능가한 최초의 모델"이라고 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최고로 평가받아 온 오픈AI의 LLM 'GPT-4'를 능가한다는 얘기다.
챗봇을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으로 구분하고, 유료 구독제 가격을 19.99달러로 정한 것 역시 오픈AI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오픈AI는 GPT-3.5가 탑재된 챗GPT는 무료로 서비스 중이고, GPT-4를 탑재해 성능이 더 뛰어난 버전(챗GPT 플러스)의 경우 월 20달러를 받고 있다.
구글은 2016년 알파고로 세상에 AI의 힘을 알린 '원조 AI 강자'다. 하지만 2022년 말 출시된 챗GPT가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면서 하루아침에 후발주자 신세로 밀려났다. 부랴부랴 챗GPT 대항마 격인 바드를 내놨으나 챗GPT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글 입장에서 제미나이 울트라와 이를 탑재한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비장의 무기다. 구글이 오픈AI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회사의 AI 패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상용화 경쟁도 불꽃 튈 전망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검색, 크롬(웹 브라우저) 등에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오픈AI도 이용자의 컴퓨터를 통째로 파악한 다음 필요한 프로그램을 알아서 실행하거나 문서를 작성해주고, 이용자 취향과 예산에 맞춰 여행 일정을 짜주는 등 이른바 AI 비서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이날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