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김관진·'블랙리스트' 김기춘, 설 특별사면... 법무부 "약속사면 아냐"

입력
2024.02.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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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네 번째 특별사면]
980명 혜택... 7일 0시부터 효력 발생
형 확정 일주일 만... 사전교감 의혹도
최재원·구본상 복권, 경제인 5명 포함

'댓글 공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설을 맞아 사면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사면 혜택을 받았다. 두 사람이 형 확정 일주일 만에 사면돼 '약속사면' 의혹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6일 전직 주요공직자, 정치인, 경제인, 서민생계형 사범 등 980명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 네 번째 특사로, 효력은 7일 0시부터 발생한다.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튼튼한 민생경제를 토대로 국가경제 전반에 활력을 제고하고 정치·이념 갈등을 일단락해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 특사 대상엔 두 사람을 포함해 고위공직자 8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한, 이른바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했으나, 이달 1일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하며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실장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기한 내 재상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고 복권된다. 복권은 형의 선고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특사 발표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김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이 상고를 취하하거나 포기해 사면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심사위원 다수가 외부위원인 만큼 교감이나 약속사면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 전 실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특사에서 빠졌다.

이외에도 세월호 유족을 사찰한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이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은 복권됐다.

재계에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구본상 LIG그룹 회장 등 경제인 5명이 혜택을 받았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공모해 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 원을 빼돌려 옵션투자금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고, 2016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구 회장은 2,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구속돼 징역 5년형이 확정된 뒤 만기출소했다. 두 사람은 복권을 통해 경영활동 제약이 사라졌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도 한 자릿수대 특사가 이뤄졌다. 먼저 여야 정치인 7명이 사면·복권됐다. 여권에선 이우현·김승희 전 의원 등이, 야권에선 심기준·박기춘 전 의원 등이 각각 사면 또는 복권됐다.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들이다. 언론인 중에선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이 사면·복권됐고,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은 복권됐다.

정부는 이날 여객·화물 운송업, 식품접객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38만312명도 특별감면 조치하고, 경미한 잘못으로 견책, 불문경고의 징계를 받은 전·현직 공무원 7만5,086명의 징계 역시 사면했다. 소액연체 이력자 약 298만 명도 다음 달 중순 신용을 회복하게 됐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