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을 내세웠다.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2020년 21대 총선 때를 복기하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합류의 길도 열어놓게 돼 논란도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해 "절반쯤은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직접 하지 않고 비례정당에 참여하지만, 소수 정당들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의 정당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진보 진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염두에 두고 연대를 시작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사회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아우르는 '새진보연합'을 결성해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이럴 경우 공천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큰집' 민주당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비례 순번 1~10번은 시민사회와 연합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기본소득당, 시대전환)에 돌렸고, 11번부터는 민주당 추천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
어떤 형태로든 이 대표가 밝힌 통합형 비례정당에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한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은 이미 지난 1일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을 이끌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에게 대표를 맡겼다. 민주당 위성정당 경험자를 선봉에 세운 것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법정 구속된 송 전 대표도 가칭 '정치검찰해체당'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합류에 대해 이 대표는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이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두 인사의 출마는 여당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고 이는 선거 결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민주당 주도의 통합형 비례정당이 아니라고 해도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에서 비례대표를 달고 민주당에 합류한 최강욱 전 의원 전철을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가 밟을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이 개별 신당으로 선거에 나설 경우, 비례대표 '봉쇄 조항'인 최소 정당 득표율 3%를 넘겨야 가능한 얘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정당 논란을 어떻게 돌파하느냐 여부가 앞으로 이 대표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