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넘어 봄을 알리는 매화꽃

입력
2024.02.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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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난 지 제법 됐지만 봄을 시샘하는 추위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기세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조를 이미 여럿 발견했다. 최근 찾은 고향 동네의 양지바른 담장 옆에서 활짝 피어난 매화를 본 것이 대표적이다. 이따금 매서운 겨울바람이 고향 동네 골목을 휘감고 돌아다녔지만, 담벼락 사이로 간간이 핀 매화는 이미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매화는 예로부터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워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요즘은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꿋꿋한 모습에서 새 희망과 탄생의 감동을 부여한다.


올해는 봄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이 설날보다 먼저 왔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중국에는 이런 해를 ‘무춘’(無春), 즉 봄이 없다고 해서 ‘과부의 해’로 여기는 미신이 전해지면서 불길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입춘이 설보다 먼저 왔다는 게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매화가 우리 곁에 왔다는 것 자체가 '겨울 끝, 봄 시작의 신호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찬 봄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매화처럼 단단해진다면 지금의 어려움들이 봄 햇살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사라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