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농업 정책에 항의하며 트랙터로 '도로 봉쇄'에 나섰던 프랑스 농민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해산을 선언했다. 농가의 불만이 집중됐던 환경 규제·시장 개방 정책을 보완 또는 철회하겠다고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선 농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EU는 이달 26일 농업장관 회의를 통해 농민 분노를 가라앉힐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2일 프랑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농가 지원을 위한 대규모의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2025년까지 살충제 사용을 50% 줄인다는 내용의 '에코피토'(Ecophyto·2018년 도입) 계획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 농민들은 그간 '살충제 규제가 농산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해 왔다.
또 EU가 금지한 살충제를 사용한 외국산 과일·채소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EU의 면세 혜택도 더 많이 줄이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산 설탕, 계란 등 일부 민감 품목의 수입량이 평년치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관세를 물리게끔 면세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곡물도 포함하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농가 수익 보장 △각종 보조금 제공 등도 약속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6일에도 농업용 경유에 대한 면세 유지 등 제한적 수준의 농가 지원책을 내놓았는데, 이번엔 농민들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사실상 정부의 '항복 선언'에 성난 농심(農心)도 누그러졌다. 프랑스 수도 파리를 봉쇄해 온 트랙터들은 해산 작업을 시작했고, 2일 중 각 도로에서 모두 철수할 방침이다.
다만 1일 아일랜드 농민 시위가 새로 소집되는 등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선 농가의 불만이 여전히 잠들지 않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EU 건물 주위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 격화 조짐도 보였다. 유럽 농민들은 EU의 △살충제 금지 △휴경지 의무화 등 환경 규제는 물론, 우크라이나산을 비롯한 값싼 농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일 "농민들이 받는 부담 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26일 EU 농업장관 회의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