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대금정산을 위해 은행을 갔다가 계좌가 정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 올려 둔 자신의 계좌에 누군가 30만 원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은행에 지급정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추가 피해자 확인 등 두 달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사이 사기범은 지급정지를 풀게 해 줄 테니 300만 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오는 8월부터 A씨와 같은 '통장협박' 피해자는 금융회사에 피해 사실을 소명하고 지급정지를 신속히 해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통장협박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를 동결시키는 금융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수법이다. '핑돈(피싱 피해금)', '통장묶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통장협박으로 계좌가 정지되면 피해금 환급이 끝날 때까지 약 2, 3개월간 입출금 정지 및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된다. 최근에는 의뢰를 받고 원한 있는 사람 계좌에 입금해 계좌를 묶어버리는 '통장묶기 복수대행' 서비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통과로 통장협박 피해자가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음을 소명하는 객관적인 자료(협박문자 등)를 가지고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피해금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 신속한 지급정지 해제가 가능하게 된다. 또 금융회사와 간편 송금업자 간 계좌정보 공유를 의무화해 범인 계좌에 대한 신속한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계좌 개설 시 금융회사의 금융거래목적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적근거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의심 계좌 개설을 거절하고, 증빙자료 미비 시 한도제한 계좌로 개설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대포통장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8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