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학창 시절 설레던 순간 기억나시나요? 설렘이 가득한 여기, 이 책 어떠세요?”
경기 고양시에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숨겨진 책을 발굴해 소개해 주는 ‘고양시 도서발굴단’(도발단)이 있다. 이들은 고양시 18개 시립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사서직) 중 책 읽기 좋아하는 몇몇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현재 어린이도발단 10명과 성인도발단 8명 등 모두 18명이 참여 중이다.
‘도발단’은 첫눈 오는 날이면 ‘설렘’, ‘눈’ , ‘따뜻한 거실에 앉아 귤 까먹으며 읽을 수 있는 책’ 등 날씨와 절기,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책을 추천한다. 도발단 막내 박소윤 주무관은 “각자 읽는 분야와 취향이 있지만 다양한 소재와 키워드를 던져주며 책을 접할 수 있게 도와 드리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도발단’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책을 좋아하는 몇몇 직원들이 만나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누군가 “시민들에게도 함께 공유하자”라고 제안한 것이 지금의 ‘도발단’이 됐다. 자신이 읽은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도발단은 각자 읽은 책을 한 달에 한 번 모여 정한다. 어린이도서 35권, 성인도서 10권 등을 선정해 2~3시간 함께 내용을 공유하고 평가한다. 이 중 별표 4개(어린이도서) 이상 또는 80점 이상(성인도서) 인 책만 추천한다. 성인은 비문학과 문학, 주목할 만한 책 등으로 나누고, 어린이의 경우 6·7세, 1·2학년, 3·4학년, 5·6학년, 부모를 위한 그림책 등 눈높이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한 책은 상반기 110권, 하반기 110권 등 모두 220권, 한 달 평균 18권 이상을 추천하고 있다. 2018년부터 1,000권이 넘는 책을 추천한 셈이다. 책을 추천하기 위해 개개인이 읽은 책만 1년에 500여 권 된다고 한다. ‘도발단’이 추천한 책은 다음카카오 ‘고양시도서관센터’ 채널 카드뉴스 ‘도서관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3일 현재 2만6,137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다.
김은정 부팀장은 “아이들의 책은 읽을 때 재미있어야 하고 그림책인 경우에는 흥미 유발, 색감 등을 고르게 된다”며 “교훈과 감동이 있으면 좋지만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책을 전담해 온 장미선 주무관도 “제가 소개한 책 중에 ‘동감’이라는 그림책이 있는데 글자가 하나도 없이 정말 그림만 있다”며 “강아지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시간이 지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죽음)를 건너는 내용인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도발단’은 단순히 책만 소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을 추천할 때 ‘마스크’나 ‘분리수거’ 등 연관된 사진이나 고양시 정책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책방을 탐방해 소개도 하고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양시와 인근 지역의 이색적인 책방을 찾아다니고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동네책방 소개는 물론 지역 서점 활성화라는 일석이조를 노려서다. 최근에는 어린이 전문 책방인 ‘알모’(일산동구 정발산동)와 ‘이야호우북스’(일산서구 덕이동)를 다녀왔다.
조은경 팀장은 “책을 소개하는 것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 달라는 차원이 아니라 책을 많이 접하고 읽어 달라는 것”이라며 “고양 시민들이 더 많고,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