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서울지하철 1호선 화서역 인근 도로. 2년째 수원에서 택시를 모는 60대 이모씨가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 이날은 스타필드 수원점이 정식으로 문을 연 26일 이후 처음 맞은 주말. 자동차 수십 대가 줄을 길게 선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고 횡단보도엔 녹색 불이 켜질 때마다 사람이 구름 떼같이 밀려들어 입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이씨 말처럼 화서역 인근은 아파트 단지·공원·학교로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국토교통부 철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화서역 유입 인원은 약 25만 명으로 롯데몰·백화점이 있는 수원역의 약 90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곳에 신세계가 '수원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약 33만1,000㎡(10만 평)짜리 인근에서 제일 큰 복합쇼핑몰을 연 것. 회사 측에 따르면 이날 화서역 이용객은 평소의 여섯 배(1만 명→6만 명)로 뛰었다.
사람 틈을 간신히 비집고 들어간 1층엔 초·중생과 함께 온 부모들이 수십 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0대 사이 절대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바일 슈팅 게임 '브롤스타즈' 팝업 체험 공간을 즐기려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모여든 것이다. 열두 살 아들을 위해 강원 원주시에서 왔다는 윤모(46)씨는 "오전 행사 참가 접수를 10시부터 받았는데 5분 만에 마감됐다"며 "남편은 굿즈를 사러 반대편에 가서 줄 서고 저는 여기에서 오후 오픈런을 노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영훈 스타필드 수원점장은 수원점을 '2세대 스타필드'라고 강조했다. 주로 도심에서 떨어져 가족 고객을 겨냥했던 경기 고양·하남점 등이 1세대 스타필드라면 이곳은 '도심 한복판에서' '더 젊은 고객'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얘기. 우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그대로 수원에 옮겨왔다. 4~7층을 통째로 사용해 강남보다 10m 정도 높은 22m였고 근처 매장 간 경계를 허물어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을 줬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등에서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은 브랜드도 한데 모았다. LP판 턴테이블과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바이닐 성수'는 주말 하루 평균 400명이 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운데 첫 분점을 이곳에 냈다. 신모(18)양은 "친구와 가려고 했는데 바이닐 성수는 너무 멀었다"면서 "지하철 몇 정거장만 오면 되니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힙한 감성'을 자랑하는 '오롤리데이'의 편집숍 '해피어마트'도 대형 매장을 이곳에 처음 선보인다. 잠실 롯데몰에 첫 외부 매장을 열어 큰 인기를 끈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경기도에서 처음 2월 안에 문을 연다.
수원점 400여 개 매장 중 기존 스타필드엔 없던 곳이 30% 이상이라고 신세계는 밝혔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장은 "서울에 흩어져 있던 고감도 브랜드와 서비스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고객 일상으로 스며들어 수원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스타필드 수원점 인근은 ①아파트 등이 밀집한 주거 지역이고 ②지하철 역사가 근처에 있다는 특성상 감당 가능한 교통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원시는 27일 오후 1시 58분쯤 '스타필드 수원점 주변 극심한 교통 정체로 안전사고가 우려되니 주변을 이용하는 분들은 안전을 고려해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근처 아파트 입주민이 이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커뮤니티엔 "집까지 오는 700m 거리를 40분 걸려 왔다" "스타필드 측에 전화해 항의하자" 등 불만이 담긴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신세계는 수원시민 120만 명에 15㎞ 반경 내 도시 인구까지 500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큰 꿈을 품고 있다. 그러나 개장 첫 주말인 27일에만 약 14만 명(신세계 측 추산)이 몰리는 바람에 일대에 큰 혼잡을 빚은 만큼, 고객 안전과 교통량 관리에 더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필드 수원은 교통 혼잡 최소화를 위해 3개의 거점 주차장과 6개 임시 주차장을 자동차 7,000대 수용 규모로 2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28일엔 본사 인원을 포함한 안전 운영 요원을 100명 추가 투입했고 인파가 몰린 브롤스타즈 팝업 행사 3개소 중 1개소는 운영을 중단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오픈 초기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팝업 행사 등을 축소하고 현장 운영 인원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