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채식주의자였다. 하나님은 인간을 처음 창조하고 "온 땅 위에 있는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를 인간과 동물의 먹거리로 주셨다(창세기 1.29). 한때 사자와 얼룩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한 자신의 창조를 마치고, 하나님은 모든 것을 보며 "참 좋았다"고 흡족해했다(31). 이대로였다면 동물원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우리가 아는 것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폭력이 문제였다. "온 땅이 하나님 앞에 부패하여 포악함이 땅에 가득"하였다(6.11). 결국 하나님은 대홍수를 일으켜 폭력으로 어그러진 인류는 전멸한다. 노아라는 사람의 친족만 살아남고, 인간은 이들을 통해 다시 번성한다.
새롭게 창조한 족속이 아니라 그 흉악한 DNA를 물려받은 인간이기에, 하나님은 그들 삶의 방식에 수정을 가했다. 폭력성을 부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하나님은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내가 전에 푸른 채소를 너희에게 먹거리로 준 것 같이, 내가 이것들도 다 너희에게 준다"고 말하면서, 폭력을 통해 피를 보아야 하는 육식을 허락했다(9.3).
대신 하나님은 폭력에 엄격한 제한을 두었다. "고기를 먹을 때에, 피가 있는 채로 먹지는 말아라. 피에는 생명이 있다."(4). 이 말은 맹수가 숨도 끊어지지도 않은 동물을 산 채로 뜯어먹듯이 먹지는 말라는 뜻이다. 육식을 위한 최소한의 폭력은 허락하지만,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고통에 대해 배려하라는 것이다.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명령했다. "생명이 있는데 피를 흘리게 하는 자는, 내가 반드시 보복하겠다. 그것이 짐승이면, 어떤 짐승이든지, 그것에게도 보복하겠다. 사람이 같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면, 그에게도 보복하겠다."(5). 특히 인간을 해하는 것은 하나님 자신에 대한 폭력으로 여겨, 무서운 경고를 이어갔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6).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으면서 , 삼겹살을 김치와 함께 지글지글 구우면서 생각해 볼 만한 성경의 이야기다. 이 정도로 맛있게 먹었으면, 그래서 못난 우리 인간이 포악함을 맛보았다면, 좀 작작 했으면. 작작 미워하고 작작 싸우고 작작 전쟁하고, 하나님의 경고를 엄중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육식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곁에는 넷플릭스와 UFC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