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련' 강조하는 이준석, 한동훈 '탈윤석열' 우려하나

입력
2024.0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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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동훈 둘 다 얻은 것 없다"
분석 많은데, 이준석은 약속대련 주장
한동훈이 차별화 성공하면 이준석 악재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연일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에 약속된 방법으로 공수를 주고받으며 정해진 목적을 달성했다는 취지인데, 이는 두 사람 간 갈등이 이 대표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탈피할수록 '반윤'의 상징인 이 대표와 개혁신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만큼, 두 사람을 '원팀'으로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尹·韓에 "서로 다른 팀인 척"

이 대표는 2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에 대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느냐 마느냐 문제를 이제 사과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 수준에서 특검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약속대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설픈 봉합으로 인해 갖고 (양쪽이) 진퇴양난의 지점에 빠졌다"며 이번 사태로 두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약속대련이란 표현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뒤에도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2차, 3차 약속대련을 벌일 것"이라면서 향후 생길 수 있는 두 사람 간 갈등도 약속대련 프레임에 넣으려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얻은 게 없는데 무슨 약속대련" 분석 우세

하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을 약속대련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당무 개입 비판에 직면했고, 김 여사 명품백 논란이 정치권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는 등 악재만 쌓였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도 '90도 인사'를 연출하는 등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사전에 서로 입을 맞춘 것이라면 두 사람에게 손익분기점을 뛰어넘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계산은 서지 않는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실제 국민의힘 내 비윤석열(비윤)계 김웅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약속대련은 얻어내는 게 있어야 된다"며 "결국은 우리 당이 가장 크게 진 건데 이게 어떻게 약속대련이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김용남 정책위의장도 "약속대련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약속대련을 주장하긴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주된 공세 포인트다.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 묶어놔야 개혁신당에 유리

그럼에도 유독 이 대표가 약속대련을 강조하는 건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진짜 차별화'에 성공할 경우, '반윤' 색채가 짙은 개혁신당이 직격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과 맞섰던 여당 대표'라는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파열음을 내고 다른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힘이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출 수 있고 이 대표의 탈당 명분도 사라진다"며 "'정치인 이준석'의 존재 가치가 한 위원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