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군이 4자녀 이상을 둔 남성 군인에 대해 당직근무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일각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계출산율 0.78명인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4자녀 가구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최근 일선 부대에 '다자녀 남성 당직근무 면제 관련 지침' 공문을 하달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올해부터 군인과 군무원 중 4자녀 이상을 둔 남성은 당직근무가 면제되고, 3자녀 이상 남성은 장성급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당직이 면제된다. 기존에 당직근무 면제는 3자녀 이상을 둔 여성과 임신부에 한해서만 적용됐다.
국방부는 "최근 국가적인 저출산 극복 노력에 동참하고 일·가정 양립의 근무여건을 조성하고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현장방문 간 의견수렴 등을 통해 다자녀 당직근무 면제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당직근무 면제가 여성에게만 적용되자 3자녀를 둔 육군 소속 한 남성 부사관은 202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같은 제도가 남녀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같은 해 12월 인권위는 "육아문제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에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며 "다자녀 가정 남성도 당직근무 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국방부가 이번 지침을 내놨지만 저출생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출생 영향으로 정부도 이미 다자녀 혜택 기준을 2자녀로 낮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이다.
누리꾼들은 "요즘 같은 시대엔 애들이 3명만 돼도 애국자 소리를 듣는데 4명이 말이 되나", "전국에서 몇 명이나 혜택을 보겠냐. 3자녀도 아니고 4자녀가 웬 말이냐", "4자녀를 가진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은 해봤는지 의문이다",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당직 빼준다고 4자녀 낳는 가정이 어딨나" 등 비판적인 반응이 많다.
남편이 군인이고 네 자녀를 둔 A씨도 "아이 키우는 건 하나 둘이고, 넷이고 다 아빠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라며 "저희 남편 빠지면 다른 집 아빠들은 두 배, 세 배 당직을 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당직 면제 말고 관사 입주 등 주거 개선이나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군은 남성도 세 자녀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면 당직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 면제대상이 많아지면 면제받지 못하는 사람의 당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인권위 진정 당시 육군은 "당직근무 면제 대상 확대 시 결혼하지 않은 남녀 간부들의 당직근무 부담이 가중되고, 소규모 부대에서의 당직근무 편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날 "인권위 권고 취지와 무색하게 남녀차별이나 형평성에 대한 잡음이 나올 여지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4자녀 이상 가정은 드물어 생색내기용 정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