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한 미 조지아주(州) 풀턴카운티 검찰을 겨냥한 '장외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그의 측근이 풀턴카운티 검사장과 특별검사 간 '부적절한 관계'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자격 시비를 걸며 사건 기각도 요청했다. 재판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결론과는 상관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오히려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한 그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인 마이클 로만 측 애슐리 머천트 변호사는 지난 8일 127쪽 분량 서류를 법원에 냈다. '패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자신의 연인인 네이선 웨이드 변호사를 2021년 특검에 임명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윌리스 검사장과 웨이드 특검은 2020년 대선 조지아주 개표 결과 전복 시도 사건을 2년 이상 수사한 뒤,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로만 등 18명을 기소했다.
머천트 변호사는 "특검을 부적절하게 임명한 윌리스의 검사장 자격을 박탈하고, 이 사건 기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형사 기소 경험이 거의 없는' 법조인을 사적 관계 때문에 특검으로 임명해 이뤄진 기소는 "무효이고, 위헌"이라는 취지다. 웨이드 특검이 풀턴카운티로부터 받은 보수 65만4,000달러(약 8억7,000만 원)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두 사람의 크루즈 여행 경비도 웨이드가 지불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윌리스 검사장은 엿새 만인 14일,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그는 애틀랜타의 한 흑인 교회에서 연설을 통해 "나는 특검 3명을 임명했고, 이는 내 권리다. 그들은 모두 동일한 시간당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1명(웨이드 특검)만 공격당했다"며 "다른 2명은 백인"이라고 설명했다. 흑인인 자신과 웨이드 특검을 향한 인종차별 공격임을 시사하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또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름보다 (흑인 비하 멸칭인) '니그로'로 더 많이 불렸다"고도 토로했다. 웨이드 특검과의 관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머천트 변호사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트럼프 기소 무효화'는 힘들다는 게 미 법조계의 시각이다. 캘리포니아 연방검사 출신 니마 라흐마니 변호사는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기소가 기각돼선 안 된다"며 "성인이 각자 동의하에 갖는 개인적 관계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말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이혼 상태이며, 웨이드 특검은 이혼 소송 중이다. 라흐마니 변호사는 "기소 기각이 되려면 '인종·종교에 근거한 기소'라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기소와 무관한 검찰의 위법 행위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메신저(사람)의 자격을 문제 삼으면, 기소에 대한 불신을 일으킬 수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 켄 화이트는 소셜미디어에 "풀턴카운티 사건에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고, 트럼프에겐 엄청난 선전 승리가 될 것"이라고 썼다. 실제 줄곧 자신의 무죄와 '마녀사냥'을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트루스소셜에 "패니는 언제 기소를 기각할까, 아니면 스스로를 위해 기각해야 할까"라고 비아냥대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