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기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은 더디기만 한 여야의 선거제 논의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했던 그는 "결정권이 없는 저 같은 사람들이 선거제를 결정하는 지도부나 의원들 안중에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총선까지 3달도 남지 않았지만, 주도권을 쥔 민주당에서조차 선거제 결정을 미루면서 내부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전제로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병립형 회귀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비례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도전자들의 불만과 혼란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은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할 경우다. 2020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탈당 후 위성정당 합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이 '개혁연합신당'으로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다. 위성정당 꼼수 반발을 의식한 민주당이 이들을 대안으로 생각할 경우,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후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립형 회귀도 논란이다. 특히 최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전국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의 경우, 지역주의 완화 명분은 있으나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이영수 민주당 농어민위원회 대변인은 "그간 농업인 비례대표 필요성을 요구할 때마다 당 지도부는 '선거법 결정 문제로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핑계만 댔다"며 "뾰족한 수도 없이 무책임하게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장애인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다가 최근 탈당해 미래대연합에 합류한 홍서윤 대변인은 "지금 비례대표 준비자는 국회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정보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처지"라며 "심지어 시민단체 등 원외 세력은 국회의원에게 '잘 부탁한다'고 부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제 논의가 단순히 '의석수 나눠먹기'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면서 결정권을 외부에 넘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거대 양당이 총선 예측 결과만 갖고서 선거제를 바라보고 있으니 선거제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제를 당장의 총선이 아닌, 4년 뒤에 적용이 되도록 여야가 합의를 하면 당리당략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도 지난해 3월 "국회가 선거법 개정의 법정시한을 어긴다면 그 결정권을 시민 주도의 공론조사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