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부터 예정된 ‘2024~25 KB바둑리그’에 전북 전주시를 연고로 한 신생팀이 새롭게 참가한다. 초대 총감독엔 국내 ‘바둑의 전설’로 유명한 이 지역 출신의 이창호(49) 9단이 맡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15일 “최근 전주시와 ‘2024~25 KB바둑리그’ 참가에 관련된 세부적인 합의를 모두 마쳤다”며 “올해 연말 KB리그에선 ‘전주’ 팀명 소속의 선수들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생팀의 초대 총감독은 이창호 9단에게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출신 간판 스타인 이 9단만의 차별화된 노하우를 신생팀에 전수, 부족한 경험치 충전과 더불어 인지도 상승까지 동시에 꾀하겠단 복안으로 읽힌다.
지난 2004년에 시작된 한국바둑리그의 뒤를 이어 2006년부터 매년 7~12개팀으로 평균 5~6개월 동안 운영돼 온 KB리그는 사실상 국내 바둑계의 인큐베이터다. “오늘날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함께 세계 바둑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KB리그 덕분에 가능했다”는 자체 진단은 국내 바둑계 내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12개팀(해외 2개팀 포함)으로 운영됐던 KB리그가 올해엔 8개팀까지 줄었다. 그동안 국내 바둑계에서 자리해온 KB리그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프로바둑기사들에겐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경제적(KB리그 승팀 1,400만 원, 패팀 700만 원)인 측면과 함께 실전감각 유지가 절대적인 프로바둑기사들에게 KB리그 축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국기원이 연초부터 올해 연말 KB리그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나선 이유 또한 이런 흐름의 사전 차단 성격에서 출발했다. 전주시 연고팀의 KB리그 참가 결정도 한국기원 측에서 삼고초려 이상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이 지역에서 배출된 프로바둑기사들의 면면도 참작됐다. 대표적인 이 지역 출신의 주요 프로바둑기사엔 이 9단을 포함해 홍성지(37) 9단과 나현(29) 9단, 이동훈(26·은퇴) 9단, 안정기(27) 7단, 박지훈(40) 5단, 권주리(27) 3단, 윤예성(22) 2단, 엄동건(24) 2단, 임의현(18) 1단, 김민지(19) 1단, 노우진(16) 1단 등이 있다. 이와 관련, 한 프로바둑 기사는 “KB리그는 국내 프로바둑계의 젖줄이나 다름없다”며 “최근 침체된 분위기로 흘렀던 KB리그에 한국 바둑의 상징적 존재인 이창호 9단을 전면에 내세운 신생팀이 가세한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부터 내비쳤다.
한편 국내외 통산 141회 우승(국제 23회, 국내 118회)을 차지한 이 9단은 지난 2003년 당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후지쯔배, 응씨배, 삼성화재배, LG배, 춘란배, 토요타덴소배 우승) 달성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획득까지 포함, 국내 바둑계에선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하면서 박제된 살아있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