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됐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의 우수 농수산물을 매개로 연대와 협력의 상생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다.
시행 1년 성과는 적잖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성공 가능성도 확인됐다. 하지만 모금의 목적과 사용처도 없이, 모금만 이뤄져 아쉽다. 법인모금 금지, 모금한도액 500만 원 제한은 향우들의 '통 큰' 참여와 추가 기부의 걸림돌이 됐다. 현재 고향사랑기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어서 다행이다.
영암군은 '천하장사 데이트권' '영암F1경주장 레이싱 체험' 등이 관심을 받았다. 영암한우, 무화과 등 지역특산품도 인기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한 민간플랫폼 활용 지정기부는 큰 주목을 받았다.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 구입,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12월만 민간플랫폼에 3,733건 3억7,900만 원이 쌓였다. 같은 기간 행정안전부 '고향e음'에 누적된 2,970건 3억2,800만 원보다 많다.
지난해 영암군의 총모금(8,798건·12억3,600만 원) 중 고향e음과 민간플랫폼으로 들어온 규모는 각각 4,961건(8억4,500만 원)과 3,837건(3억9,000만 원)이다.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이 고향사랑기부와 만나자 폭발적 시너지효과를 낸 셈이다. 민간플랫폼은 지자체의 약점도 보완했다. 지정기부의 기획에서 네이밍과 홍보, 답례품업체 관리까지 도왔다. 고향사랑기부제에 활력이 더해졌고, 영암군은 기금사업에만 주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법령 위반'이라며 민간플랫폼 활용에 제동을 걸었다.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허용한 지자체장의 권한을 행안부가 시행령으로 축소·제한한 것. 지난해 영암군과 광주 동구는 법률이 허용하는 지자체장의 권한 범위 내에서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 모금은 법적 타당성을 갖췄다.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해 문제를 풀고,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등 지역에 사람이 머물게 하자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도 부합한 모금 방식이었던 것이다.
행안부는 민간플랫폼 모금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법률 제정 목적과 취지를 왜곡하는 시행령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민간플랫폼 제한은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에도 반한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지자체 1호 사원인 지자체장들이 지역을 위해 마음껏 영업할 수 있도록 행안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초지자체가 자기 주도권을 갖고, 예산을 수립·집행하는 재정분권의 시금석이다. 전국시장군수협의회, 지방시대위원회도 적극 나설 것을 당부한다. 지난해 11월 행안부 차관은 민간플랫폼 허용 의지가 있음을 밝혔으니, 조속한 시행령 개정으로 실천해 주길 바란다. 행안부의 늑장은 지역의 지체와 피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