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계획

입력
2024.01.12 04:30
27면
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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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외교부는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52개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12월 28일 인태 전략서를 발표한 후, 1년간 국제정치 환경, 우리의 역량, 그리고 역내 국가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인태 지역 공간은 우리에게 다음의 관점에서 도전이자 기회이다. 첫째, 중국과의 전략적 경합 맥락에서 미국과 일본이 인위적으로 가공한 인태 공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한반도 밖 역내 안보 이슈에도 기여해야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이행 계획서가 포괄적 안보, 특히 '해양상황 인지(Maritime Domain Awareness)' 등에서 우리가 실행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둘째, 인태 전략을 표명한 역내 국가는 자국과 미국의 인태 전략 간 차별성을 부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견국이 역내 비전통안보 이슈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미국 인태 전략과 방향성을 같이 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역내 중견국들의 양자·소다자 협력을 추동하는 것은 미국과 차별되는 전략이다. 우리의 이행전략은 "한미일 인태 대화를 비롯해, 여타 주요국들과 인태 지역 내의 다양한 현안 및 구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자·소다자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향후 52개 전략의 수정 및 보완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태 공간은 한국이 표명한 '글로벌 중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어느 중견 국가가 단독으로 역내 안보 질서 구축 및 유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글로벌 중추 국가 연합'을 형성한다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인태 지역 주요 중견국인 일본,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행 계획서에 언급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우선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어진 한·아세안 연대 구상, 인태 전략서,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담, 인태 이행 계획서로 인해 역내에서 한국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번에 외교부가 발표한 52개 이행계획을 착실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