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베그너(51) 베를린 시장의 '사내 연애'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연인인 카타리나 귄터-뷘쉬(40) 베를린시 교육장관과의 사적 관계가 '시장의 공적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해 충돌 논란'에 베그너 시장은 자신의 권한 일부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그너 시장이 귄터-뷘시 시 교육장관과 연인 사이임을 공식화한 건 지난 5일(현지시간)이다. '두 사람이 교제 중'이라고 독일 언론 빌트가 보도한 지 이틀 만에 베그너 시장은 변호인을 통해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빌트 보도 며칠 전 '베그너 시장이 두 자녀를 함께 키워 온 연인과 헤어졌다'는 소식이 먼저 알려진 터라 '기존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연인을 만난 게 아니냐'라는 의구심도 나왔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무리 공인이라도 사생활을 침해받아선 안 된다'는 이유로 독일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상대방이 시정부 인사라면 사정이 다르다. 논란은 '이해 충돌 여부'에 집중됐다. 베그너 시장이 귄터-뷘시 장관을 기용한 게 지난해 4월이었는데, '선 기용 후 교제'가 아니라 '선 교제 후 기용'이라면 임면권자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부터 만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베를린 시정부는 베그너 시장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두 사람의 교제가 업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다양한 정책을 조율·결정하는 위치인 베그너 시장이 연인 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야당은 물론 베그너 시장이 몸담고 있는 기독민주당(CDU),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에서조차 "이해 충돌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베그너 시장은 9일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새로운 규칙을 직접 제안했다고 독일 디차이트, 슈피겔 등이 보도했다. "내각에서 발생한 분쟁은 시장이 중재하도록 돼 있는데, 이 권한을 부시장들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베그너 시장은 "공사 구분을 위해 변경 또는 도입이 필요한 규칙이 있는지를 추가로 살피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다. 야당인 녹색당은 "제한된 의사결정권을 가진 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반부패 관련 단체인 '투명성 독일'은 아예 "내각에서 사적 관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