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의 기자간담회에서 '목적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라는 미래 비전을 꺼내 들었다. 기아는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나왔다.
이날 기아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PBV를 선보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BV는 '맞춤 정장'에 비유되는데 자동차를 특정 산업이나 개별 기업이 원하는 쓰임새에 맞게 특별히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음식, 생활용품 등 배송 전용 자동차나 이동식 스토어 등으로 쓰고 싶다는 요청이 오면 이에 맞게 자동차를 제작해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기아는 구체적으로 ①전통적 자동차의 개념을 벗어난 혁신적 PBV 라인업 출시 ②소프트웨어(SW) 기반의 기술 적용 ③파트너십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아는 CES 2024에서 PBV의 개념을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했다.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제공은 물론 혁신적 자동차 공간 활용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이런 전략이 반영된 첫 PBV모델 'PV5'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2025년 출시할 예정인 이 차량에는 차량 호출 서비스, 배달 등 사용 목적에 따라 차량의 탑승 공간을 다채롭게 바꿀 수 있도록 모듈을 갈아 끼우는 컨버전 기능이 들어간다. 특히 이 차량은 SW가 중심이 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만들어져 외부 데이터와 연결성이 강화된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여러 대의 차량을 한꺼번에 쓸 수 있게 된다.
송호성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PV5의 출시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고 배터리와 모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3만5,00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앞으로 중형, 대형, 소형 순서로 PBV 차량을 선보이고 주문자가 원하는 점을 완벽하게 채우는 맞춤화(비스포크) 제작 단계까지 발전시키겠다는 시간표도 공개했다. 기아는 또 우버와 쿠팡, CJ대한통운,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PBV 전용 사업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서비스를 개발하는 계열사 모셔널과 함께 로보택시(Robotaxi)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 없이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아는 기대하고 있다.
기아는 또 경기 화성시에 연간 15만 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PBV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화를 뜻하는 에볼루션(Evolution)에서 이름을 따온 이보 플랜트는 PBV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는데 제조 공정에 로봇이 적용돼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인 PBV의 경쟁력 있는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기아는 설명했다.
기아는 9일 PV5 콘셉트카 외에도 PV7과 PV1 콘셉트카도 공개한다. 또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소형 전기차 모델 EV3, EV4도 관람객 앞에 내놓는다.
송 사장은 판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상용차(LCV)의 전동화(전기차)는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며 "2030년 상용 전기차 판매량이 150만 대로 예상되는데 그중 20%인 30만 대는 기아 PBV로 판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