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육아휴직자 해고하려는 회사라니···

입력
2024.0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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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콜센터가 하청 노동자 240여 명을 고용승계하면서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 중인 8명을 해고(고용승계 불가)하려다 언론 보도 후 물러섰다. 초저출생으로 국가의 명운이 기우는 가운데, 아이를 낳아 기르면 쫓아내려는 회사가 아직도 존재한다니 기가 막힌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들이 이런 상황에 많이 놓이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을 거라면 국민들에게 “아이를 낳으라”는 주문을 할 자격도 없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따르면,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들을 고용승계하기로 한 용역업체 ㈜고려휴먼스는 지난달 26일 육아휴직자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는 상담사들은 고용승계가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노조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자들이 갑자기 정상출근을 해야 하고, 자녀를 맡길 곳이 없으면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야 업체는 입장을 바꿔 전원 고용승계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나마 노조가 있어서 대응이 가능했지만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들은 이런 일을 당해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이날 정부는 부모급여 및 육아휴직급여 확대, 중소기업 일자리 평가 시 ‘육아친화경영 배점’ 확대 등의 새해 저출생 대책을 공개했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잃는 현실이 그대로라면 이런 대책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를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게 돼 있지만, 비정규직 고용승계 여부는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고용승계를 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 중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전후 퇴사한 경우, 해당 회사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모성과 부성을 차별하는 회사는 아예 문을 닫도록 만들겠다’는 정도의 의지를 보여줘야, 그나마 초저출생 탈피의 발판이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