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경기 동북부권역 공공의료원 옮겨 가나

입력
2024.0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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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난해 TF팀 구성해 추진
동두천, 양주, 남양주 유치전 나서


경기도가 지난해 동북부권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기관 설치 타당성 여부 조사에 나선 가운데 올해 6월 설치 예정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유치 희망 지역 지자체들은 경기도가 올해 본예산에 타당성 조사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일 경기도와 경기 의정부시, 동두천시 등 동북부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6월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경기 동북부 의료체계 개선위원회’(동북부권역 의료 TF)를 출범시켰다. TF는 올해 6월 말까지 활동하는데 활동 종료와 함께 공공의료원 설치 또는 이전, 추진 방향 등을 제시할 방침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경기도립의료원 수원·이천·안성병원 등 경기남부 3개, 의정부·파주·포천병원 등 경기북부 3개 등 모두 6개의 공공병원이 있다. 이 중 1977년 본관 신축 후 4개 동을 증축한 의정부병원이 공간 부족과 시설 노후, 재정 투입 효율성 저하 등에 따라 이전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의정부에는 을지대병원, 의정부 성모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의료 여건이 좋은 편이다.

공공의료원 유치, 또는 의정부병원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지자체는 의정부와 인접한 동두천시와 양주시, 남양주시 등이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동두천시다. 지난해 7월 공공병원 이전을 전제로 관내 제생병원 측과 병원 본관을 무상 임대받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본관 건물은 대지면적 14만2,628㎡, 지하 4층, 지상 21층 규모로 총 1,190병상이 들어설 수 있다. 동두천시는 우선 개원 2년 내에 400병상,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15개 진료과목, 의사 21명 포함 300명을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수립했다. 동두천시는 경기도 가평군·양평군·여주시·연천군과 함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역 중 한 곳이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동두천에서 의정부까지 가려면 국도 3호선과 유일한 자동차 전용도로인 신평화로(의정부~연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다 해도 40분 넘게 소요된다”며 “구급차의 경우 중증의 위급 환자가 아니면 동두천에서 의정부까지 가려는 경우도 드물어 시민들이 체감하는 의료서비스는 최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두천은 취약지역인 가평과 연천 중앙에 위치해 있어 이들 지역 의료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두천과 인접한 양주시도 옥정지구 의료부지 등 경기도 공공의료원 부지 확정 시 즉시 착공과 운영이 가능한 의료시설 후보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남양주시도 호평동 731번지 일원에 3만3,803.9㎡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선정될 경우 용역 발주 및 준공계획까지 수립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경기도는 올해 예산에 타당성 용역조사 예산을 미편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동북부권역 공공의료기관 설립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공약사업이다. 심우현 동두천시지역발전범시민대책위원장은 “종합병원 가려면 의정부는 40분, 서울까지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등 동북부권 주민들의 불편을 빨리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도민이 아닌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TF가 운영 중이고, 올해 6월에 추진 방향이 나오면 그때 공공의료원을 설치할지, 의정부병원을 옮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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