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그제 공개했다. 수도권 사립대와 국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엔 최대 20~25%, 이듬해엔 25~30%를 무전공으로 뽑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장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부터 바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외부 전문가 제안일 뿐이라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가속 페달을 밟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학생들이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성적에 끼워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무전공으로 입학해 전공 결정을 위한 일종의 숙려기간을 준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한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학과 칸막이를 허물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학년 때 아무런 허들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기학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 자명하다. 소위 ‘문∙사∙철’ 등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학과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 폐과 위기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취지와 달리 무전공이 인기학과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자면 면밀한 준비가 필수다. 학생들이 몰리는 인기학과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교수진 충원도 이뤄져야 하고, 반대로 비인기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무전공 입학 학생들의 커리큘럼 운영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공개된 안을 보면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학육성사업 등 재정 인센티브를 무기로 사실상 1년 뒤 도입을 강제한다. 두 사업의 올해 예산이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니 대학들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확정하겠다”는 교육부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검토가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미래가 달린 매우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