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수장이 갑진년(甲辰年) 새해 경영 키워드로 일제히 ‘상생’을 꼽았다. 경쟁 위주의 성장 문법에서 탈피해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금리 산정체계를 돌아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함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다”면서도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네 가지 경영 방향 중 가장 먼저 ‘공동 상생 전략’을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면서다. 양 회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지주 및 은행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며 “ESG를 금융 비즈니스 자체에 구현해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하고, 상품·서비스 판매 원칙을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으로 ‘고객 중심, 일류 신한’을 달성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통제와 위험 관리의 중요성도 짚었다. 진 회장은 새해 각오로 ‘이택상주(麗澤相注·맞닿은 두 개 연못이 서로 물을 대어주며 마르지 않음)’ 사자성어를 제시하며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으로 경쟁력을 키워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한편, 위험 관리 강화도 주문했다. 임 회장은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 요인별 모니터링 등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