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와 파라마운트가 합친다고?

입력
2024.01.02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연말 세계 미디어업계를 놀라게 한 뉴스가 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의 합병 논의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가 2022년 합쳐져 등장한 거대 미디어그룹이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뉴스전문채널 CNN, 인기 케이블채널 HBO,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디스커버리채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처스와 지상파 방송 CBS 등을 거느리고 있다.

□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420억 달러가량이다. 파라마운트의 매출액은 300억 달러 정도다. 두 기업이 합치면 매출액 기준 720억 달러 상당의 초대형 미디어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컴캐스트(1,200억 달러)와 월트디즈니컴퍼니(889억 달러)에는 못 미치나 이들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덩치를 키우게 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했던 2019년 이후 미디어업계 가장 큰 거래다. 워너-파라마운트 조합은 세계 콘텐츠 시장과 플랫폼 산업에 큰 변동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의 합병 논의는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채널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몇 년 새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미래는 더더욱 어둡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맥스(옛 HBO맥스)를,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플러스를 각각 가지고 있으나 성장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OTT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 합병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올해가 미국 대선의 해라는 점도 큰 변수다. 당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과 불편한 관계다. 대통령이 다시 된 후 여론 영향력이 큰 CNN과 CBS의 결합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주력인 회사끼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기도 하다. 합병 성사와 무관하게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의 행보는 급변한 미디어 지형을 새삼 깨닫게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