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 수준 큰 차이 없는데, 수능 수학 최상위권 남학생이 84%

입력
2024.0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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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남학생 석권
학업성취도 평가는 격차 미미
'수학 잘해야' 男에 더 권장되는 문화도

'수학·과학은 남학생이 더 잘한다'는 통념은 이제 한국 학생 전반의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교과 보통 학력 이상 달성 비율은 여학생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비율은 남학생이 높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도 2000년대 초반까지 남학생의 수학·과학 점수가 여학생을 앞섰지만 이후 격차가 줄었고 최근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마저 사라졌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예외다. 최근 3년간 수능에서 수학·과학 최상위권은 '남학생 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시한 최근 3년 수능 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학생 중 남학생 비율이 매년 80%를 넘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치른 2024학년도 수능은 84.3%였고, 2023학년도와 2022학년도에는 각각 85.3%, 80.1%였다. 수학 1등급 기준 남학생 비율은 3년간 70% 수준이었는데, 최상위권은 이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것이다.

과학탐구 역시 마찬가지다. 표준점수 최고점 남학생 비율은 2022학년도 수능 때 79.1%에서 2023학년도에 85.9%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71.3%로 내려갔다. 1등급 기준 남학생 비율은 3년 동안 70.5%, 69.4%, 69.9%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어는 최상위권에 남학생이 조금 더 많았고, 사회탐구는 여학생이 다소 우세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자 중 남학생 비율은 2022학년도 53.6%, 2023학년도 58.8%, 2024학년도 53.1%였다.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자 중 여학생 비율은 같은 기간 50.2%, 43.5%, 59.1%였다.

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성별 성적 분포와는 상반된다. 2021년 중학교 3학년에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여학생 57%, 남학생 54.3%였다. 고등학교 2학년도 여학생 64.9%, 남학생 61.5%가 보통학력 이상이었다.

기초학력 부실은 오히려 남학생에게 더 많았다. 2021년 평가에서는 고2 기준 남학생 17%, 여학생 11.2%가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PISA에서는 수학 평균 점수가 남학생이 5점 높았고, 과학 평균 점수는 여학생이 3점 높았으나 모두 표준오차 범위에 포함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학·과학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간 전반적인 격차는 없어졌지만 최상위권은 여전히 남학생 강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유로 자주 거론됐던 것은 사회·문화적 환경의 차이다. 전통적으로 남학생에게 높은 수학·과학 성적이 더 권장됐고, 이로 인해 상위권 남학생들은 사교육 지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2019년 교육과정평가연구에 게재된 '수학 성취도에서의 성별 격차:동태적 변화와 원인 분석' 연구도 이런 지점을 짚었다. 2009~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한 학생 5만5,604명을 분석한 결과 전 학년에서 남학생 수학 성적이 높았지만 연구진이 사교육 정도에 따른 차이를 통제하자 성별 수학 성적 격차는 60% 감소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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