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액이 온몸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말기 심장병이다. 즉, ‘심혈관 질환의 종착역’이다. 심부전은 반복적으로 증상이 악화돼 재입원하는 비율이 높고, 조기 사망, 삶의 질 악화 및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중증 질환이다.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58%인 데다 고령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2022년 심부전 학회 통계 자료). 특히 고령 환자는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부정맥(不整脈)·만성콩팥병·암·뇌졸중·치매·관절염 등 다양한 동반 질환이 발생한다.
심부전 환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0년에 10만 명당 15.6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2년 이내 20%, 5년 이내 50%가 사망한다. 암(폐암 제외)보다 예후(치료 경과)가 더 나쁘다. 이 때문에 심부전을 ‘심장 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이처럼 중증 심장 질환이지만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지정 질병 기준 A군(전문 진료 질병군)·B군(일반 진료 질병군)·C군(단순 진료 질병군) 가운데 B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심부전은 치료·관리가 잘 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B군(일반 진료 질병군)’인 심부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심부전 환자는 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많은 심부전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다는 점, 희소난치성 심부전 환자 증가, 응급치료·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폐부종을 동반한 급성 심부전 환자 증가 등을 고려하면 ‘A군(전문 진료 질병군)’에 편입돼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재입원이 줄고 사망률과 의료비가 감소될 것이다.
심부전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지난 10년 새 3.1배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미국의 경우 중증 심부전 환자의 치료 성적을 병원별로 평가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도 계속 늘고 있는 심부전 환자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대표적인 필수 의료인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뿐만 아니라 내과 전공의 지원자도 점점 줄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내과 전공의 지원은 열악한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미달 사태다.
이처럼 비수도권 국립대학병원 등에 내과 의사가 줄어들면 지역 중증 심부전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게 되고, 과도한 업무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내과 전공의 지원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1월에 시행될 보건복지부의 상대 가치 개편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가산율이 15%로 줄고, 내과계 입원 환자 가산료와 검체(샘플) 검사· 영상 검사료의 종별 가산료도 폐지된다. 이로 인해 내과계 질환을 치료하는 대학병원 의사들의 자긍심은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만성 심뇌혈관 질환과 암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할 때 대표적인 중증 말기 심장병인 심부전 환자의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급격히 몰려들면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