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의 공천관리를 주도하는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혁백 고려대 명예 교수를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중량감 있는 정치 원로 인선을 통해 불공정한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혁신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27일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임혁백 고려대 교수를 공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 중"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 외에 문재인 정부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지낸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6월 당 혁신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먼저 임 교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정치 학자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특히 임 교수는 특정 팬덤에 휩쓸리는 계파 정치를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키우는 퇴행적 요소라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한국일보에 보내온 기고문 '광장 민주주의 없는 광장 정치'에서도 "파당적 광장정치는 파당 집단 간의 분열, 증오와 유혈적 대결로 내란 또는 내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친문재인계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주의 4.0연구원에서 개최한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 국민 속에서 해답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임 교수를 최종적으로 선택한다면 계파 정치에 비판적이고, 중립적 카드로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는 이낙연 전 대표 및 비명계의 쇄신 요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외부인사라 하더라도 중량감이 떨어지면, 공천 과정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총선 성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은 공관위원장으로 일찌감치 외부인사 카드를 검토해왔다. 당 안팎의 쇄신과 혁신 요구에 부합하는 인사를 내세워 불공정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혁신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취지에서다. 더구나 통합 이슈로 이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인사의 공관위원장 선임이 확정되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에 ‘심사 중단’을 선언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으로 물갈이에 나서 37%의 현역 의원을 교체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카이스트 총장과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를 지낸 홍창선 전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원혜영 전 의원이 공관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