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 은상 같은 상의 가장 토대가 되는 상이 바로 '입선'입니다. '뽑혔다'는 뜻인데, 예심에서 분야별로 10권씩 뽑힌 것이 입선입니다. 이미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백승종 심사위원)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열린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 심사. 5개 부문에서 총 6권(어린이·청소년 부문은 공동수상)의 수상작을 모두 선정한 뒤 심사위원들은 본심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훌륭한 성취를 이룬 분야별 후보작을 상찬했다. 한국일보는 올해부터 본심 진출작 50종을 '후보작'이 아닌 '올해의 책'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저마다 뛰어난 '올해의 책'의 면면을 다시 한번 톺아본다.
저술·학술 부문에서 '노비와 쇠고기'를 쓴 한문학자 강명관은 "한문에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소재를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발굴해내고 그것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언어로 서술한 점에서 압도적으로 훌륭한 저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박빙의 경쟁 끝에 '빈곤 과정'에 상이 돌아가자,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책의 완성도나 내용은 두 책 모두 100점"이라고 말했다.
교양 부문에선 강렬한 문제의식을 지닌 책이 다수 포진한 해였다. 심사위원들은 공동 수상을 막판까지 고민할 정도로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 폭식 사회' '에이징 솔로' '각자도사 사회'의 예리한 사유가 호평을 받았다.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충격을 주는 역사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번역 부문 심사는 오역이 적고, 우리말로 잘 읽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올해는 '학술적 번역'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학문으로서의 훌륭한 번역 작업이 많았다. 1982년 천병희 번역본 이후로 41년 만에 고대 희랍어 원전 번역을 내놓은 서양고전학자 이준석의 '일리아스'가 대표적 예다. 김수영 한양여대 교수는 "일리아스 번역이라는 엄청난 노고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꼭 언급을 하고 박수를 쳐야 될 일"이라 말했다.
편집 부문 심사과정에선 출판 환경이 바뀐 시대에 편집을 어떻게 구획하고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1인 출판사가 늘면서 편집·디자인 등 여러 작업을 외주를 주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다면 '편집의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하는가' '외주 디자이너나 편집자의 손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책을 개괄하고 좋은 외부 인력을 골라 쓰는 것 역시 편집 기획력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제기됐다.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선 어린이 그림책과 동화집 두 권이 공동수상했다. 어린 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분투하는 어린이·청소년 도서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공동수상을 결정했다. 수상작 외에도 '너를 위한 B컷' '갈림길' '느티나무 수호대' 등이 호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