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그 어느 지점에 대해서 쓰는 것" [동시 당선소감]

입력
2024.01.01 04:30
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자 임종철

운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은 늘 혼자 쓰는 일이지만 글감을 얻는 일은 예상치 못한 일에서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친구들과의 대화, 모르는 사람들의 한 마디, 누군가의 사는 이야기 등등 우연한 일들이 겹쳐서 저의 경험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지점을 얘기해 주면 자신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 되묻습니다. 모든 것이 순간적이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때만 존재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영원히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붙잡는 일입니다.

무심코 어렸을 때 썼던 시들이 동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라는 말 자체에 아이를 뜻하는 ‘동(童)’자가 들어가서 그렇지 한참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동시를 쓰면서 느낀 점은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그 어느 지점에 대해서 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양쪽 모두 다르겠지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것이 동시를 쓰는 매력일 수도 있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시, 동화, 그림책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하나하나 선생님이 되어 주었던 책들입니다. 이제 그 많은 책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 길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도록 저의 글을 알아봐주신 이정록, 김개미 시인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기뻐하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동시를 쓴다고 하니 요 근래 조카들이 하나둘씩 태어나고 있는 것이 눈앞에 더 다가옵니다. 성준, 승현, 승우, 승재, 재하, 진우, 별이, 로한, 리호, 보아, 하윤이 뿐만 아니라 이미 커서 자라고 있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저의 동시가 부모님의 말 다음으로 익힐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94년 화성 출생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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