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투표' 독려하고 '정찰풍선' 띄우고...중국, 대만 총통선거 개입 본격화

입력
2023.1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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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주 대만인에 "투표해달라" 호소
민진당-국민당 박빙에 '막판 뒤집기' 시도
정찰풍선 추정 물체, 대만해협 넘어가기도

다음 달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친(親)중국 정권을 세우기 위한 중국의 개입이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에 거주 중인 대만인들의 '귀향 투표'를 독려하는 동시에, 대만 주변에서는 군사 활동을 벌이며 반(反)중국 성향 유권자들을 향한 위협 수위도 끌어올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친중 성향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샤리엔 부주석은 최근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샤먼을 포함한 중국 남부 5개 지역을 순방했다. 방문 기간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들을 만난 샤 부주석은 중국에 거주 중인 대만인들에게 "(총통 선거 기간) 대만으로 돌아가 투표해달라"고 독려했다.

"대만 직원 '투표 휴가' 허락" 요청

20일 샤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샤 부주석을 만난 대만인 엔젤 우는 "샤 부주석이 매우 직설적으로 대만 선거에 앞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며 "대만 기업인들에게 직원들이 휴가를 내 (대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요청했다"고 전했다.

샤 부주석의 행사에는 중국 정부 핵심 관료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18일 광둥성 중산에서 열린 행사에는 장즈쥔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이 샤 부주석과 동석했다. 장 회장은 중국 내 대만 문제 총괄 기관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지낸 중국 정부 내 대표적인 '대만통'으로 꼽힌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대만 전체 인구의 5% 수준인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만 현지 언론 '미려도전자보'가 23일 발표한 총통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중 성향이 짙은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37.5%,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32.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하며 '박빙'의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라이 후보가 불과 3~5%포인트 차의 '불안한 선두'를 유지 중이다.

친중 성향이 강한 중국 내 대만인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진다면 국민당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 중국 내 전국대만동포투자기업연합회의 리정훙 회장은 "대만 사업가 80%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기 위해 대만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 군사 시위 활발...민진당 압박

중국의 대만 주변 군사 시위도 잦아지고 있다. 24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이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풍선이 전날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북부 항구도시 지룽시 서북쪽 197㎞ 상공까지 비행했다. 중국발(發) 정찰풍선이 대만 군 당국에 포착된 것은 이달 들어서만 5번째다. 군사적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증폭시켜 민진당 지지자에게 전쟁 위협을 고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뒤 미군 측이 임의로 설정한 가상의 선이지만,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군사적 경계선으로 여겨져 왔다.

아울러 대만 국방부는 23일 젠-16 전투기 등 22대의 중국 군용기와 군함 7척이 대만 인근에 출현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군용기 11기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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