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직서를 철회한 노동자를 면직처리해도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직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면 사측 동의가 없는 한 기존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는 취지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10월 2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회사로부터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사직 권고를 받았다. 그는 "3개월치 급여를 주면 생각해보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퇴직 위로금조로 2개월치 급여만 제시한 회사 측 조치에 반발해 사직 철회서를 상사에게 제출하고 같은 취지의 메시지도 보냈다. 사직서 제출 3일 만이었다.
회사는 개의치 않고 면직 절차를 밟았고, 이에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잇따라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모두 기각되자 그는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도 결과적으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사직서가 당사자 일방의 통보인 '해약의 고지'인지,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한 '합의해지 청약'인지가 쟁점이었는데, 재판부는 해약의 고지로 봤다. 회사가 사직서 작성을 강요했거나 작성 과정에서 원고를 기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진정한 사직 의사 없이 (사직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3개월치 급여'를 내건 A씨의 요구 역시 사직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직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로 인정되면 노동자는 사용자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없다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참가인(사측)이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에 동의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근로관계는 사직서에 따라 종료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