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의 한 병원을 급습해 환자의 시신을 훼손하고 의료진을 사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하마스의 지휘 본부로 지목돼 IDF가 8일간의 군사 작전을 벌인 병원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의 의료진 3명과 환자 1명을 인터뷰하고, 동영상 증거 등을 종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병원 소아과 책임자인 후삼 아부 사피야는 "군인들이 오늘(23일) 아침 무덤을 파헤치고 불도저로 시신을 끌어낸 다음 짓밟았다"며 "전에는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병원 부지 곳곳에 부패한 시신이 흩어져 있는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증거로 보여줬다고 CNN은 전했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드 사바 간호부장과 또 다른 간호사 아스마 탄티시도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탄티시는 CNN에 "마당에 묻혔던 시신들이 눈앞에서 갈아엎어졌다"라며 "우리는 그들(이스라엘군)에게 소리질렀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IDF가 의료진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피야는 동료 의사인 아이만 라잡이 IDF의 심문 후 병원으로 돌아가려다 가슴에 총에 맞았고, 또 다른 의사는 다리에, 자신의 아들은 복부에 총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IDF가 정찰을 위해 병원으로 보낸 군견이 휠체어에 탄 환자를 공격했지만 군인들이 이를 내버려두고 멈추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에 IDF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해당 병원에서의 작전은 하마스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IDF는 하마스가 카말 아드완 병원을 작전 기지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급습한 바 있다. IDF는 이곳에서 수많은 무기가 발견됐고 약 80명의 무장대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장인 아흐마드 카할롯이 의료진과 직원 중 하마스 대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내용의 심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부상자를 치료하고, 피란민이 머물렀을 뿐 하마스와의 관계는 부인해 왔다. 의료시설은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