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마약류에 취한 채로 고급 수입차를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모(28)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신씨는 약물 때문에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들이받고는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신고도 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저버렸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에서 나온 메모엔 마약류 관련 범행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강조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신씨는 사고 사실은 인지했으나 약물에 취해 있어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건 직후 현장을 이탈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구호조치를 위해 방금 나온 의원에서 의사를 부르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최후진술에서는 유가족을 향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잘못을 평생 뉘우치며 살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인도로 차량을 몰아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등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한 의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한 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달 끝내 사망했다.
유족은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오빠인 배모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은 채 사과를 하는 건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최소 20년 이상이 선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권나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이번같이 죄질이 중한 사건에서조차 중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허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