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신발검색이 시작된 배경

입력
2023.1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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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신발 폭탄과 공항 검색


9·11 테러 두 달여 뒤인 2001년 12월 22일, 승객과 승무원 197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63편 여객기에 영국 국적 리처드 리드(Richard Reid, 1973~)가 탑승했다. 그는 플라스틱 폭약을 장착한 신발을 신고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자잘한 범죄로 감옥을 들락거리던 그는 청년기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알카에다에 가담, 테러리스트 훈련을 받았다. 신발 폭탄 역시 알카에다가 지급한 것으로 신발끈이 기폭장치와 연결된 도화선이었다. 기내 식사를 마치고 비행기가 대서양 상공을 날고 있던 중, 일부 승객이 타는 냄새를 감지해 승무원에게 알렸고, 한 승무원이 성냥을 든 리드를 발견해 “기내 흡연은 금지”라며 성냥불을 끄게 했다. 다시 시도하던 그는 승무원과 승객들에 의해 제압당했고 여객기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자마자 체포됐다. 신발에는 283g의 C-4 폭발물이 들어 있었다. 그가 휴대한 폭발물의 성능과 파괴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그는 대량 살상무기 사용 미수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돼 8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정을 받고 2002년 가석방 없는 3회 연속 종신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그는 자신을 오사마 빈 라덴의 지휘를 받는 신의 군인이라고 밝혔다.

9·11 직후 신설된 미 교통안전국(TSA)은 저 사건 직후 약 18개월간 공항 승객에 대한 무작위 신발 검사를 시행하다 유사한 시도가 거듭되자 2006년 8월 9일 액체와 젤, 에어로졸 기내 반입을 금지한 데 이어 10일부터 미국 내 항공편 모든 승객(12세 미만 75세 이상 제외)에 대한 신발 검사를 의무화했다. 항공 승객 전원에 대한 신발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두 곳이고 영국은 의심스러운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