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좌파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별세했다고 프랑스 AF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90세.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숨진 네그리는 이탈리아 좌파 정치철학인 ‘자율주의 운동’의 창시자다. 33세에 파도바 대학 정치학 교수가 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사보타주(파괴 행위)를 촉구했고, 1970년대 마르크스주의 운동인 ‘노동자의 자율’을 직접 이끌었다. 독일 dpa통신은 “1960, 70년대 이탈리아 급진 좌파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극좌 주도 민중봉기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함께 집필한 ‘제국’ ‘다중’ ‘공통체’ ‘선언’ 등은 전 세계 좌파뿐 아니라, 정치철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제국’은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관이 장악한 세계 질서를 다뤄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인의 삶은 굴곡도 많았다. 1978년 기독교민주당 소속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가 극좌 테러조직에 의해 암살된 사건과 관련, 체포된 전력도 있다. 그러나 1983년 총선 당선 후 의원면책 특권을 활용해 출국한 뒤 프랑스로 망명했고, 이후 프랑스에서 당대 지식인들과 교유하며 대학 강사로 활동했다. 1997년 귀국해 자수했고, 2003년 출소 후엔 줄곧 프랑스에 거주해 왔다. 부인 주디스 레벨은 네그리가 사망 전까지도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며 정치적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고 AFP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