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사망 1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섰다. 참배에 북한 군수 분야 최고 책임자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정부 우려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김 위원장이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오수용 리일환 박태성 당 비서의 모습도 보였다. 군 서열 2위로 꼽히는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모습도 포착됐다.
박 부장과 함께 북한군 최고 계급인 '원수' 리 부위원장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참석했는데 빠졌다면 예외적인 상황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 불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김태효 대통령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한이 이달 내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과 맞물려 우려를 낳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차장의 ICBM 발사 가능성 언급을 고려했을 때, 북 ICBM의 성공적 발사를 위해 따로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공군사령관 출신 리 부위원장은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ICBM 개발을 주도한 핵심이다. 2017년 역대 가장 강력한 수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으로 꼽히는 2397호의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의 제재 대상에 올랐을 정도로 요주의 인물이다. 리 부위원장은 최근 성공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개발도 주도했고,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김 위원장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군사정찰위성 협력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다만 리 부위원장의 금수산궁전 참배 불참을 도발 움직임과 바로 연결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만큼, ICBM을 정상각도에서 발사해 미국에 위협을 가할 군사기술적 동기는 존재한다"면서도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 해군 태평양함대 제1잠수함전대 소속 버지니아급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미주리함(SSN-780)이 이날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해군 측은 "미주리함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 간 교류 협력을 증진하고, 연합방위태세를 더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산타페함'이 제주기지에 입항한 데 이어 3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