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운영하는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철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큰 이적 시장'이 열렸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경쟁 플랫폼 아프리카TV가 방송인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목표는 최근 빠른 성장세로 주목을 받고 있는 '버추얼 유튜버1'다.
11일 아프리카TV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전문 굿즈(기념품) 제작사이자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샵팬픽'과 공동으로 버추얼 음악 오디션 'V올스타즈'를 연다고 밝혔다. 'V올스타즈'는 버추얼 BJ(아프리카TV에서 버추얼 유튜버를 부르는 명칭)들을 모아 '유닛'을 만들고 음악 관련 미션을 수행하는 경연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샵팬픽은 당초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이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트위치의 철수 선언이 나오자 아프리카TV 중심으로 탈바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 플랫폼인 아프리카TV가 이 행사에 적극 나선 것은 트위치 등 타 플랫폼의 신인 버추얼 방송인들이 아프리카TV를 무대로 주목도를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옮기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버추얼 방송인은 한국에서 기존에 익숙한 직접 얼굴을 드러내는 인터넷 방송인과 달리 3D 아바타 캐릭터를 내세우고 모션 캡처 등 방식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버추얼 유튜버'로 불리는 것은 유행의 시작 지점이 유튜브에서 활동한 일본의 '키즈나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한국에서도 유튜브와 트위치, 아프리카TV까지 여러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걸쳐 자연스럽게 확산했다.
국내에선 MCN '패러블엔터테인먼트'가 지원하는 '이세계아이돌'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버추얼 방송인 6인이 '버추얼 K팝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음원 차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개개인이 방송인으로서도 인기가 높다. 11일 유튜브에 따르면, 이세계아이돌의 멤버 '릴파'가 일본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의 'LADY'를 커버한 영상은 올해 한국 인기 영상 9위에 올랐다.
버추얼 유튜버 팬덤과 성격이 겹치는 '서브컬처' 주제의 수집형 롤플레잉 게임(RPG)을 내세우고 있는 게임 업계도 연계 마케팅을 시도했다. 넷마블이 11월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 이세계아이돌 멤버 '릴파'와 '주르르'를 초청해 진행한 무대 행사를 실시간 내보낸 온라인 방송은 트위치의 한국 내 동시간대 스트리밍 시청자 1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버추얼 유튜버의 대중성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몰입시키는 면에선 일반 크리에이터보다 뛰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유튜버의 성공은 웹소설이나 웹툰과 더불어 최근 주목받는 지식재산권(IP) 팬덤 비즈니스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