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신당이냐, 중도 빅텐트냐… 이준석·이낙연 연대 실현 가능성은

입력
2023.1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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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러브콜에 이낙연도 긍정적
정당 민주주의 외치면서 '신당' 언급
영·호남 지역 기반 무시할 수 없지만
거대 양당 체제 공고해 희석될 가능성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이 유력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배를 탈 가능성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내 주류에서 비주류로 바뀐 처지지만, 대권주자로 꼽히는 데다 영남과 호남에서 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의 결합이 이뤄진다면 내년 총선 판도에 적지 않은 바람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가 공고한 영·호남에서 이들이 공략할 틈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이들의 연대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의 연대는 이준석 전 대표 측의 러브콜에 시큰둥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MBN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를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그에 앞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우리 정치에 매운 드문 인재"라며 "시기가 되면 만나겠다"고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한국의 위기를 두 사람이 손잡고 건너라'라는 민심이 있다면 건널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민심의 요구가 있다면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측은 회동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 외치는 당내 상황 비슷

이들이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부 상황이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의중만을 바라보는 당내 친윤석열계를 향해 각을 세우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사당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당 민주주의'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비주류를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두 사람은 영남과 호남에서 소구력이 있어 '중도 빅텐트' 전략 아래서 뭉친다면 현재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는 "두 사람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관계로 합친다면 부동층 내지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세력을 구축한다는 전제하에, 충분히 국민들을 설득할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대권 주자지만 존재감 미약도 한계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두 사람의 연대에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지역에 기반한 거대 양당 체제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희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당을 벗어나는 순간 적이 된다"며 "민주당이 야당인 상황에서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이낙연 전 대표라고 해도 지지를 받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와 바른미래당으로 합쳤지만 실패로 끝난 것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대권 주자로 인지도가 높지만, 현재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갤럽의 12월 1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3%, 이준석 전 대표는 2%에 그쳤다. 이 정도 지지율로는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견인할 윤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신당은 비윤석열 영남 신당으로, 이낙연 신당은 비이재명 호남 신당으로 봐야 한다"며 "빅텐트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 "지금 이들의 움직임은 창당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며 "연대까지 이르기에는 정체성의 합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