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범죄 행각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전신협강도'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 최석진)는 7일 특수강도,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앞으로 공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이날 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다음 기일에 피해자들의 합의 의사 확인을 겸한 양형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A씨는 8월 18일 서구 관저동 W신협에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침입한 뒤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3,900만 원을 빼앗아 미리 준비해 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훔친 오토바이와 택시, 도보 등 이동 수단을 수시로 바꾸고, 옷을 수 차례 갈아입는 등 교묘하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유유히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A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현지에서 공개수사를 통해 사건 발생 23일 만에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A씨를 검거했다. 그는 훔친 돈을 대부분 탕진해 검거 당시 한화 200만 원 상당의 카지노칩만 가지고 있었다.
A씨는 수사 초기 사업 실패 등을 범행 동기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별다른 직업없이 지인들에게 많게는 수억 원씩 돈을 빌려 총 40억 원 규모의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하다 빚 독촉에 시달리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570여 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로 무려 4,651차례에 걸쳐 인터넷 도박자금을 충전했다. 해외 도피 중에도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정도로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