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기 평택 대리모 사건’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문 브로커가 범행에 개입해 정자 기증 의사를 밝힌 친부와 대리모를 연결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친부는 기존에 알려진 1명이 아닌 총 3명의 아기를 대리모를 통해 낳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30대 대리모 A씨와 50대 여성 알선인(브로커) B씨 등 2명, 의뢰인인 60대 친부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가 브로커 B씨를 만난 건 2015년 한 인터넷 난임 카페를 통해서다. “난자 기증할 분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B씨와 연락해 대리모를 하기로 공모했다. B씨는 A씨에게 “출산비와 병원비 외에 생활비까지 수 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씨는 이미 C씨로부터 정자 기증 의사를 전달 받은 뒤 대리모를 물색하고 있었다. A씨는 이듬해인 2016년 10월 29일 지방의 한 병원에서 C씨의 정자를 이용해 임신한 남자 아기를 출산한 후 B씨에게 아기를 건넸다. 돈도 받아 챙겼다.
은밀하게 이뤄진 범죄는 8년이 지나 꼬리가 밟혔다. 6월 수원의 한 아파트 세대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터지자, 보건복지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2015년~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A씨가 낳은 아이의 행방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평택시는 A씨 아이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생모인 A씨를 찾아 먼저 입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포털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B씨를 통해 돈을 받고 임신 및 출산을 했다. 이후 아이는 B씨 측에 건넸다”고 실토했다. 다만, “이후 아이의 소재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 진술을 토대로 브로커 B씨 소재를 확인해 추가 조사를 벌여 이번 사건이 단순 출생 미신고 사건을 넘어 조직적인 대리모 범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융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이들이 주고 받은 금전 거래 내역도 확인했다. B씨가 A씨 은행계좌로 입금한 금액은 4,900만 원이었다. B씨 역시 금전적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아 경찰은 이 부분도 확인하고 있다.
행방불명 된 아이 소재 확인에도 나선 경찰은 수사개시 두 달여 만인 9월 친부 C씨를 찾아냈다. C씨는 대리모 A씨가 낳은 아이를 자신의 자녀로 호적에 등재한 뒤 정상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수사가 계속되면서 더 놀라운 사실도 드러났다. C씨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떼어 보니 A씨가 낳은 아이를 포함해 총 3명의 아동을 같은 방식으로 낳게 한 뒤 건네받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C씨는 B씨를 통해 2명, 또 다른 브로커를 통해 1명의 아기를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뒤 양육 중이었다. C씨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대리모를 통해 얻은 3명의 아동은 B씨 자녀로 등록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학대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C씨는 출생증명서 없이도 출산을 증명해주는 2명의 증인 서명만 있으면, 출생 신고가 가능한 ‘인우보증제’를 이용해 3명의 아동을 친자로 등록했다. 인우보증제는 대리모 출산 등의 악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2016년 말 폐지됐는데 C씨의 범행도 그 이후엔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아이가 너무 좋아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정보(DNA) 감정을 의뢰해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등 보강 조사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우보증제의 허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대리모 범죄 사건으로 판단된다”며 “인우보증제가 폐지되기 이전에는 대리모 사건이 횡행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