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는 긍정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D램은 물론 상승세를 타지 못하던 낸드플래시마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더불어 신규 전자기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내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D램은 직전인 2분기 대비 18% 증가한 13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은 같은 기준으로 2.9% 증가해 92억2,900만 달러로 집계했다. 기업들의 감산 효과로 가격이 오르자 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메모리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램의 경우 세계 시장을 삼등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모두 매출이 올랐다. 특히 하이닉스가 전 분기 대비 34.4%로 상승세가 컸다. 트렌드포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최신형 D램(DDR5)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34.3%로 전 분기와 비교해 4.2%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AI 돌풍'이다. 하이닉스는 AI 개발 경쟁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연결할 제품으로 HBM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상대적 후발주자인 마이크론 역시 높아진 HBM 수요에 본격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에서 자체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해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고성능 D램 주문을 늘리는 흐름도 나타났다.
'AI 효과'와 거리가 멀었던 낸드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 바닥을 확인한 낸드 시장이 4분기 들어 3분기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지난 분기 수준 매출을 유지한 가운데 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합한 SK그룹 매출이 11.9%, 웨스턴디지털은 13% 올라 시장점유율 2, 3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용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났고 개인용 컴퓨터(PC)나 스마트폰 또한 교체 시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늘었다고 본다.
물론 메모리 시장이 곧바로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4일 내놓은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연간 기준으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38.8%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4년에는 올해의 기저 효과와 신규 AI 서버 수요 등으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D램은 88%, 낸드플래시는 49.6%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